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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커뮤니티를 살펴 보면...

악재수집 2014. 11. 16. 22:27

비록 지금은 아닐지 몰라도 과거의 어느 한 순간 트렌드를 주도 할 정도로 성공했던 커뮤니티들을 살펴보면, 플랫폼(기능)과 컨텐츠(정보)에 어느 정도 눈치 챌 수 있는 공식 같은 것이 있었다. 

 

 

- 디씨인사이드 (http://www.dcinside.com)
지금은 늙고 병들었지만, 커뮤니티의 할아버지뻘(?)쯤 되는 커뮤니티다. 설립자인 유식대장(김유식 대표)이 과거 PC통신 시절에 글빨 하나로 여러 유저들을 몰고 다녔다는 이력이 특이 하다. 

 

사이트는 당시 유일무이 했던 CMS 툴인 '제로보드'로 시작 했고, 제로보드의 강력한 확장성 문어발 기능(?) 덕분에 '뭘 이런거까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의 게시판까지 생기기 시작 했다. 

 

하지만, 이 커뮤니티의 비장의 무기는 게시판도 대표자의 글빨도 아니었다. 

당시에 불기 시작 했던 디지털카메라 붐을 잘 이용해 거의 모든 디카의 정보(스펙, 사용기, 가격 등)를 총망라 했었고, 많은 디카 입문자들이 이 커뮤니티를 통해 정보를 습득 하고, 심지어 커뮤니티가 진행 하는 공구를 통해 디카를 처음 손에 넣게 되기도 했다. 

 

 

- SLR클럽 (http://www.slrclub.com)

SLR클럽은 최초에 특정 모델의 디카 사용자들이 모인 게시판이었다고 한다.(사이트 히스토리를 보면 초창기에는 카메라와 사진에 많이 포커싱이 되어 있었다) 국내에 DSLR의 보급이 늘어나고, 유저들이 늘어나면서 SLR클럽은 자연스럽게 많은 사용자들이 모이게 되고, 거기에서 생산 되는 각종 컨텐츠들이 신규 이용자들을 불러 모으게 되는 순환구조를 만들게 되었다.

 

이 커뮤니티는 최초 개인에 의해 설립 됐으나, 추후 법인으로 전환 되면서 DSLR과 관련 된 핵심 컨텐츠(리뷰 등)는 회사의 컨텐츠 제작팀에서 담당하게 된다. 

 

물론, SLR클럽이 지금처럼 큰 커뮤니티가 되기까지 여러가지 트렌드를 만들어 냈으며, 여러가지 이슈들이 이 커뮤니티를 통해 생산 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다 잘 알것이다. (요즘의 트렌드는 '자게이' 라고나 할까...)

 

 

- MLB파크 (http://mlbpark.donga.com/)

국내외를 불문하고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쯤은 들러봤을 커뮤니티이다. 위의 커뮤니티들과의 차이점이라면 MLB파크는 가장 순수한(?) 커뮤니티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그만큼 야구 얘기를 많이 하고, 야구와 관련 된 이슈들이 활발한 커뮤니티다. 

 

 

- 클리앙 (http://www.clien.net)

Geek들이 모이는 대표적인 커뮤니티이다. 커뮤니티 내 소모임이 매우 활성화 되어 있으며, 얼리어답터들의 특성에 맞게 각종 전자기기들에 대한 컨텐츠와 트렌드가 생산 되는 곳이다. 

 

 

이 외에도 마이클럽, 네이트 판, 다음 아고라, 파코즈 등 오래동안 명성을 이어오고 있는 커뮤니티들은 많이 있다.

 

 

이 커뮤니티들의 공통 된 특징을 하나 살펴 보면, 

플랫폼보다 컨텐츠가 그 사이트의 아이덴티티를 나타내는 동시에, 신규 유저들은 컨텐츠를 통해 확보 할 수 있다는 아주 당연하면서도 소박한(?) 내용이다. 

 

컨텐츠를 생산 하는 주체는 다음과 같은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 

1) 커뮤니티 개설 초기 : 회사(또는 운영자)에 의한 컨텐츠 생산

2) 안정기를 지난 후 : 모여든 유저들에 의한 컨텐츠 생산(또는 재생산)

 

1)의 컨텐츠는 그 커뮤니티가 추구 하는 방향이 맞는 컨텐츠인 경우가 많다. 새로 생긴 야구 커뮤니티에 축구 얘기를 올리는 회사(운영자)는 별로 없을 것이다. 

 

2)의 컨텐츠는 그야말로 모여 든 유저들에 달린다는 특징이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자유게시판'을 통해 2)의 컨텐츠가 생성(또는 재생산) 되기 마련인데, 이런 컨텐츠의 특징은 회사(운영자)가 개입 하여, 회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려고 노력해도 그리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절대로 유저들을 가르치려고 하지 말 것!)

 

플랫폼?

미안하지만 그닥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UI와 UX를 아무리 거지 같이 구성 해놓아도 '내가 찾아야 하는 정보'가 그 곳에 있는 이상 유저들은 스스로 적응하는 경향이 있음을 어렵지 않게 확인 할 수 있다. (우리가 네이버의 사이트 디자인이 이뻐서 방문하는가? 내가 필요한 정보를 찾기 위해 방문하는가?를 생각 해보면 된다.)

 

서비스를 기획 하고 만드는 자는 자가당착에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아...이쁘다' 라고 스스로만 만족 하는 사이트들이 유저들에게 오픈 됐을 때는 '뭐야 쓸데없는 이 겉치레는?' 으로 받아들여 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